RCEP 체결은 '다자주의의 승리'…중국 역할 기대하는 국제사회

인민화보  |   송고시간:2020-12-14 13:2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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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상하이(上海) 양산(洋山)항 컨테이너 부두의 모습 사진/ XINHUA


11월 15일, 아세안(ASEAN) 10개국,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역내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만연하는 상태에서 RCEP 체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RCEP 내에 중국과 한국,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세계 각국들이 다자주의에 기초한 국가간 협력을 통한 경제적 공영을 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8년이란 시간이 이뤄낸 RCEP


RCEP 합의는 8년이란 시간을 거쳐 이뤄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정상들이 2012년 11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2013년부터 RCEP 협상을 개시해 2015년까지 타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일정이 지연되면서 2015년 11월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2016년까지 RCEP를 타결하자는 정상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게 되었으며, 결국 협상 개시 7년만인 2019년 11월 4일 협정문이 타결됐다. 이로써 2012년 11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협정문 타결에 이르기까지 약 7년간 28차례 공식협상,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가 이어졌다. 결국, 2019년 11월 4일 RCEP 16개국 정상들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우선 인도를 제외한 15개국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고, 시장개방 협상 등 잔여 협상을 마무리해 2020년 최종 타결 및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인도는 주요 이슈에 대해 참여국들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후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고, 이것이 최근 최종 합의문 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RCEP와 CPTPP는 서로 경쟁・협력하면서 발전 


RCEP는 2011년 아세안 차원에서 먼저 제기된 것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추진되면서, 이후 RCEP는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던 기구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국제조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RCEP 체결이 지연된 이유에는 많은 회원국들이 RCEP와 TPP와의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저울질했던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RCEP 관련 협상은 2017년부터 본격화되고 2017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TPP의 미래가 모호해졌고, 이에 많은 국가들이 RCEP의 잠재력을 다시 높게 평가하면서 협상이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즉,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관세장벽 철폐를 목표로 진행했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포함된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내 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인 것이다. 비록 현재 인도가 중국과의 무역적자 등을 고려해 RCEP 불참을 선언했지만, 향후 가입국이 확대되고 그 영향력이 강화되고 인도에 대한 조건이 일부 개선되는 경우, 인도도 참여할 것이고 더 많은 국가와 지역의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RCEP의 운영 내용은 국가들 간에 존재하는 무역 역조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포함한 협력으로 시작하지만, RCEP 회원국들의 현실적 요구에 따라 그 협력은 금융, 과학기술을 포함한 산업과 제도를 포함한 여러 분야로 그 영역과 기능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TPP는 미국이 탈퇴한 후 2018년 12월 발효된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이어졌다. CPTPP는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협정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경제동맹체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되어 회원국은 11개 참여국으로 준비되었는데, 이 협정은 총 인구 6억9000만명,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에 해당하는 거대 규모의 경제동맹체를 의미한다. 이 경제협력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장기화에 맞서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의 양자 협정에 대항하기 위한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CPTPP는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대한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또한 참여국들은 전자상거래에서 역내 데이터 거래를 촉진하고 데이터 서버의 현지 설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세 부과 금지 등 디지털 보호주의를 경계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아울러 금융 서비스와 외국 자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고급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며, 투자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여기서 CPTPP를 주도하던 일본이 RCEP에 적극적 의사를 보이는 것은 바로 중국과 아세안의 영향력을 일본이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것은 아시아·태평양의 현재와 잠재적 가능성을 고려한 다자적 실용주의 정책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나타난 내용을 보면 CPTPP의 내용과 기능이 RCEP의 내용보다 포괄하는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여기서 중국과 한국이 빠지고 참가국들의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와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고려해 보면 것은 앞으로 RCEP의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도 CPTPP에 가입의사도 비치고 있는 것과 한국과 일본이 RCEP에 가입된 것을 보면 RCEP와 CPTPP는 서로 대립하여 경쟁하기도 하면서 보완적 기능과 상호협력의 가능성이 커지며, 그 기능면에서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RCEP 체결은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인정


이번 RCEP 회의에서 회원국 정상 서명을 통해 그 시작을 알린 것을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국제화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주장하던 다자주의를 경제와 지역적 협력이라는 의미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꾸준히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적 협력과 공동의 번영을 의미한다는 의미에서 중국이 주장하던 ‘인류공동운명체’라는 가치에 기초한 인류의 평화적 공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갈등과 대립 및 마찰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국제사회의 주제가 평화와 공존 및 번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RCEP 회의의 결과는 국제사회가 다자주의에 기초하여 같이 발전해야 하며,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과 책임을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글|김진호(단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