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용의 해이다. 중국인들은 스스로를 일컬어 '용의 후예'라 부를 정도로 오늘날 용은 이미 중국인들의 무의식 속에 신성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용의 문화와 정신은 중국인들의 삶과 영혼에 깊숙이 스며들었고, 세대를 거듭하며 중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마정신'이라는 성어는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추구해 온 끊임없는 노력과 자강불식의 진취적인 민족정신을 반영한다.
유래와 문화적 의미
'용마정신'이라는 성어는 당나라 이영(李郢)이 쓴 <상배진공(上裴晉公)>의 '사조우국빈여사, 용마정신해학자(四朝憂國鬓如絲， 龍馬精神海鶴姿·나라 걱정에 귀밑머리가 실과 같이 가늘어졌으나 그의 모습은 건강한 용마와 위풍당당한 학과 같네)'에서 처음 등장했다. 고대 중국에서 용과 말은 매우 밀접한 관계로, 용마란 전설 속에서 용 같기도 하고 말 같기도 한 동물을 뜻한다. 이 시는 이영이 당나라 문학가이자 정치가인 배도(裴度)를 칭송한 시로, 배 진공(晉公) 배도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노래했다. 이처럼 '용마정신'은 흔히 혈기가 왕성하며 매우 건장한 모습을 묘사할 때 쓰인다.
중국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용을 숭상해왔으며 중국에서 용은 일종의 토템으로 여겨진다. 민간에서 용은 구름과 안개를 타고 하늘을 날며 바람을 불러오고 비를 내리게 하는 동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유기(西遊記)>의 '용왕(龍王)'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농업 사회로 용은 민간 백성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비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백성들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해주며 좋은 날씨를 가져다 준다고 여겼다. 이는 곧 풍년과 풍작을 뜻한다. 오늘날 중국의 많은 농촌에서는 용왕묘(廟)를 세우고 용왕을 모신다. 가뭄이 오면 자연에 대항할 힘이 없는 농민들은 용왕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며 지역의 평안을 기원한다.
중국 문화에서 용은 일종의 '신기한 존재'로 항상 보호하고 신비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 문화에서 용은 신성함을 대표하며 종종 황제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황제는 '진용천자(真龍天子)'라고 불리기도 하고 '용의(龍椅, 황제의 의자)', '용련(龍辇, 황제가 타는 인력거)', '용포(龍袍, 황제의 옷)'와 같은 단어에서 보듯 종종 '용'에 빗대어 언급된다. 용이 가진 큰 문화적 가치 및 영향력으로 용이라는 형상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
용의 형상은 중국 고대 역사 및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중국 고대에서 용은 가장 인기있는 동물 중 하나였다. 한나라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용은 중국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당시 용은 나라와 문화의 상징으로써 시, 서예·건축 예술 등 고대 문화와 연관되어 예술 작품, 문화 및 회화의 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황제릉의 벽화, 청명상하도(清明上河圖)와 원나라의 청화자(青花瓷) 등은 모두 용의 그림이 포함된 예술 작품이다. 이러한 예술작품들은 용의 문화적 이미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용을 흠모하고 경외하는 중국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용과 민간문화
중국 민간에서 많은 풍속은 용과 관련이 있다. 용의 형상은 명절 기간에 선보이는 용춤(舞龍) 공연, 단오절에 타는 용주(龍舟) 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용춤'은 중국에서 민족적 색채가 매우 짙은 민간 예술 중 하나다. 큰 명절, 축제나 퍼레이드 등이 있을 때면 항상 용춤이 빠지지 않는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상고시대 극심한 가뭄과 전염병, 재앙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비가 내리길 바라고 평안을 기원하는 목적에서 용춤을 추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바다에 살고 있는 신령한 존재인 용이 비바람을 주재하고 비바람을 부를 수 있는 무한한 힘이 있다고 여겼고,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용을 향해 보살핌을 구했다. 무당이나 주술사는 의식을 치를 때 비와 맑은 날씨를 구하기 위해 용의 움직임을 흉내내며 빙빙 돌며 춤을 췄다. 이 춤이 바로 용춤의 시작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이 세계 각지로 생활의 거처를 옮기면서 현재의 용춤 문화는 중국 대륙, 홍콩·마카오·타이완(台灣) 지역,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 중국인들의 집중 거주지에 퍼져 중화 문화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용춤 외에도 '용주' 역시 용과 관련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이다. 용주 경기는 단오절의 풍습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용주 문화는 전국시대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신이었던 굴원(屈原)이 강에 투신해 죽은 것을 안타까워 초나라 사람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배를 저어갔다. 그들이 앞다투어 둥팅후(洞庭湖) 다다렀을 때 이미 굴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 매년 5월 5일에 용주를 띄우며 굴원을 기리게 되었다. 용주를 저으며 강가의 물고기를 쫓아내어 굴원의 시체를 먹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단오절은 중국의 중요한 전통 명절로 지역마다 다른 풍습을 행하고 있다. 쭝쯔(粽子)를 먹는 것 외에 가장 중요한 전통 중 하나가 용주 경기다.
용은 중화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과 예술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기념행사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오늘날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화룡점정(畫龍點睛), 용비풍무(龍飛鳳舞), 용등호약(龍騰虎躍), 왕자성용(望子成龍), 비용재천(飛龍在天)과 같이 용과 관련된 성어 역시 매우 많은데 대부분 긍정적인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용마정신' 역시 그중 하나다. 용마정신은 상승과 전진을 의미한다. 태양을 향해 성장하고 뻗어나가는 힘, 빛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는 용기를 말한다. 터져 나오는 강렬한 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고 끝없이 타오르는 생명력을 뜻한다. 중화 민족은 항상 스스로를 '용의 후예'로 칭하며, 중국인들의 웅장한 기개를 나타내는 성어가 바로 '용마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