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은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廣東)·홍콩·마카오) 발전계획 요강(이하 '요강')>이 발표된지 5주년이 된다. <요강>은 광둥성 주장삼각주(珠三角)의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19년 발표 당시 주광저우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상무영사로 근무한 필자에게 웨강아오대만구를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필자가 2017년 9월 광저우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웨강아오대만구에 대한 열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었다. 광둥성 사회과학원 등에서 많은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었고 유익한 의견을 교환했다. 2019년 2월 <요강>이 발표되고 나서는 곧바로 3개월 만에 ‘한중 웨강아오대만구 경제협력포럼’에 참여했다. 한국 매일경제신문이 개최한 글로벌 포럼으로 많은 한국 기관과 기업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중국 정부 관료들과 교류했으며, 화웨이(華為)와 텅쉰(騰訊, 텐센트) 기업방문 등을 진행하면서 웨강아오대만구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연은 필자가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저술한 책 <중국의 실리콘밸리, 광둥을 가다>로 결실을 맺었다. 3년간의 상무영사 경험을 바탕으로 광둥성의 발전 모습, 주요 도시 및 핵심 기업 등을 소개했고, 웨강아오대만구를 하나의 챕터로 비중있게 기술했다.
웨강아오대만구는 눈여겨볼 만한 강점이 많다. 필자가 인정하는 첫 번째 강점은 수십 년간 일관되게 추진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홍콩과학기술대학교에서 홍콩만구(香港灣區) 건설이라는 학술논의로 처음 시작해, 2008년 <주장삼각주지역개혁발전계획요강(珠江三角洲地区改革发展规划纲要)>을 통해 국가 차원으로 격상됐다. 2017년 7월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이하여 '웨강아오대만구 건설 추진 협의(深化粵港澳合作 推進大灣區建設框架協議)'가 서명되면서 웨강아오대만구 건설이 본격화되었고, 2019년 2월 드디어 <요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12월에는 <웨강아오대만구 건설현황>이 상세하게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은 40여 년에 걸친 개혁개방 과정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발판 삼아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요컨대 놀라운 인내심을 보이며 끈질기게 추진한 정책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웨강아오대만구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거대한 시장이다. 2022년 기준 웨강아오대만구 총인구는 8630만명이며 국내총생산(GDP)은 13조 위안(약 2406조3000억원)에 달한다. 선전항·광저우항·홍콩항 등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군을 보유하고 있고, 화웨이·텅쉰·비야디(比亚迪, BYD)·다장(大疆, DJI)·TCL·메이디(美的) 등이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웨강아오대만구를 뉴욕 베이 지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도쿄(東京) 베이 지역 등 세계 3대 베이(Bay)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첨단기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웨강아오대만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예를 들면 웨강아오대만구 배후지역인 광둥성의 지역별 격차를 줄여야 한다. 광둥성은 두 개의 일선도시를 보유한 동시에 사선도시와 오선도시도 있는 지역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ugene Stiglitz)는 불평등이 심화되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고 지적했다. 웨강아오대만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광둥성이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여 견고한 소비시장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가 중국 전문가들을 만났을 때 웨강아오대만구에 대해 한국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중국은 더 이상 염가 노동력에 근거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생산 라인을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서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내수확대 정책에 힘입어 웨강아오대만구가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은 분명하다. 웨강아오대만구에서 한국과 중국이 경제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고 상호 호혜적인 문화교류를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김수영,한국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회계결산과장, 전 주광저우 대한민국 총영사관 상무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