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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電)심: 중국의 에너지 전환과 녹색 성장

인민화보  |   송고시간:2024-09-29 10:4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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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화보 | 2024-09-29

9월 23일, 백상욱 지사장이 광저우(廣州) 전력망 례차오(獵橋) 변전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필자와 중국의 인연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가 중학생일 당시 한국에서는 홍콩(香港) 영화가 크게 유행했다. 자타공인 '영화광'이었던 필자는 금세 홍콩영화에 빠져들었고,  중국의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와 광둥어(粵語)도 구분하지 못한 채 막연히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중국어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남아 군복무 제대 후 중국어 독학을 시작했다.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2년 베이징(北京)의 수도경제무역(首都經濟貿易)대학에 중국어 단기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필자는 2004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입사한 뒤 중국 관련 업무를 도맡아왔다. 한전은 한국에서 발전과 송·배전, 판매를 모두 담당하는 전력 공급 시장형 공기업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19개국에서 약 4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전도 본격적인 중국 투자에 나섰다, 1995년 한전은 중국 내 프로젝트 지원, 중국 에너지기업 및 전력기업과의 연결·소통을 목적으로 베이징에 한전 중국지사를 설립했다. 필자 역시 운 좋게 산시(山西), 네이멍구(內蒙古) 등지에서 진행한 한전의 전력 협력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고 그 시간 많은 추억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2008년 필자는 한전의 중국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있는 네이멍구 츠펑(赤峰)에 근무하게 됐다. 당시 한국인이 많지 않은 곳에서 지내야 했지만 중국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어울릴 수 있었고, 풍력발전기가 있는 초원지역의 환경을 톡톡히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도 네이멍구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그리울 때가 많은데 풍력발전단지 내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초원 위로 하얀색 풍력발전기 우뚝 서 있는 장면은 묘한 색대비를 이루며 아직도 필자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지금도 당시 찍어놓은 사진들을 가끔씩 꺼내보곤 한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은 심각한 전력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거쳐 지금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됐으며 나아가 미래 기후변화와 탄소절감에도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30년 탄소 배출량 정점에 도달과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녹색 에너지 전환 목표는 눈에 띄는 진전을 이뤘다.

지난 8월 말 중국은 <중국 에너지 전환 백서(中國的能源轉型白皮書)>를 발표했다. 백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비(非)화석에너지 소비 비중은 13.6%에서 18.5%로 증가했고 이 중에서 중국의 비화석에너지 소비 증가 기여율은 45.2%에 달했다. 2023년 말 현재 중국의 풍력,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열 배가 증가했고, 신규 청정에너지 발전량은 사회 총 전력 소비 증가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중국의 에너지 전환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때 70%를 넘었던 중국의 화력발전 비중은 2023년 47%로 줄어든 반면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수력발전 비중은 각각 21.1%와 15.9%, 14.6%로 크게 늘었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발전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조금씩 바꿔 놓았다. 도로에는 신에너지차가 점점 많아졌고 친환경 이동수단을 지향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이렇듯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 확대되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크게 개선됐다. 2017년 무렵 필자는 현지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시에서도 근무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 최대의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은 화력발전 규모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한때 산시성의 대기오염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현지 동료들이 하얀색 옷을 입으면 잠깐사이에도 옷깃이 온통 새까매졌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가 근무했던 3년 동안 산시성의 환경과 대기 질은 큰 폭으로 개선되고 도시 전체도 깨끗해졌다. 산시성뿐 아니라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등 과거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지역들도 이제는 대기 질과 자연환경 모두 '환골탈태' 수준으로 크게 변모했다.

다시 전력과 에너지 이야기로 돌아오면, 탄소배출 규제강화 등 글로벌 전력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새로운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기술과 신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전은 기존 발전소에 AI와 디지털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IDPP: Intelligent Digital Power Plant)'를 개발했다. 중국도 이와 유사한 스마트 발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DPP 기술들의 핵심은 발전소의 운영과 유지·보수에 관련된 빅데이터 수집과 AI 분석을 통해 설비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고장을 예방하고 발전비용(OPEX)을 효과적으로 낮춰줄 뿐 아니라 전력 산업의 전면적인 디지털 혁명을 실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탄소중립 의무 이행과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 실현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스마트 발전소와 같은 전력 신기술·신사업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한전은 중국의 에너지·전력 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위한 노력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양국이 더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교류해 에너지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글은 인터뷰 내용에 따라 왕윈웨(王雲月)가 정리한 것이다.)

글| 백상욱, 한국전력공사 중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