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의 경기가 치열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장 내 대결 외에도 이 ‘빙설 축제’가 보여준 인간미 넘치는 세 장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옹, 경쟁자이기 이전에 함께 한계 돌파하는 동료
9일 열린 스키 마운티니어링 남자 스프린트 레이스 결승전에서 1~4위를 차지한 중국 선수들이 함께 모여 승리를 자축하는 순간, 일본 선수가 종점을 돌파했고 4명의 중국 선수들은 자축을 멈추고 일본 선수와 포옹을 나눴다.
2월 9일, 스키 마운티니어링 남자 스프린트 레이스 결승전에서 1~4위를 차지한 중국 선수들 [신화사 셰젠페이 기자 촬영]
이 포옹은 선수들 간의 우정을 과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아시안 스키 마운티니어링 선수들이 국제 최고 수준에 함께 도전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동계 아시안게임 종목에 처음으로 채택된 스키 마운티니어링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으로 아시아는 아직 발전 단계이지만 최근 몇 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장청하오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 중 우리는 경쟁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경기를 함께 한 좋은 친구인 것도 사실"이라며 "동계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우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서로 배우고 같이 발전하면서 유럽의 독점을 깨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인 대표단, 한 무리의 생일 파티
Sharif Al-Zawaideh 선수는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요르단 대표단의 유일한 선수이다. 지난 6일, 그는 자신의 45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가족도 없고 팀동료도 없는 그는 타국에서 특별한 생일을 보냈다. 생일 당일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그를 찾아와 함께 생일을 축하해준 것이다.
2월 7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요르단 대표단 [신화사 양레이 기자 촬영]
요르단의 '고독한 전사'인 그는 '스키를 타는 아랍인' 무리 속에서 소중한 소속감을 맛봤다.
연일, 선수촌과 각 경기장에서 국경을 초월한 우정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야생 동물, 자연과 공생하는 대회의 일부분
8일 열린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승전에서 생방송 카메라가 갑자기 경기장에 들이닥친 여우 한 마리를 포착했다. 앞발로 눈을 파헤치며 먹이를 숨기려 애쓰던 이 녀석은 사람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선수'라 이름 부쳐진 이 여우는 자연과 공생하는 이번 대회의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이번 대회는 야생 동물의 생존과 먹이 찾기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연과의 공생을 꾀했다. 경기장 개조 및 업그레이드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녹색과 저탄소'라는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환경 사랑을 실천했다.
승리의 함성과 애틋한 포옹이 교차하는 순간, '고독한 전사'가 국경을 초월한 축복을 받는 순간, 설원의 정령과 인간이 함께 경기에 참여하는 순간, 메달 갯수보다 값진 인류애의 깊이가 돋보였다.
경기장 안팎에 흩어져 있던 따뜻한 순간들이 '아시아 빙설 축제'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이 잔치는 인류 문명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서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는 정신이 꽃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