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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맹자의 말로 본 중미 대국관계

중국망  |   송고시간:2025-03-10 16:2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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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망 | 2025-03-10

"어떤 행동을 해서 뭔가 할 수 없었다면, 자기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诸己) 맹자의 이 말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3월 7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를 계기로 개최된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중국의왕이외교부장은 이 말을 인용하며, 미국이 그동안 취해 온 대중 경제 정책과 관세 전쟁이 과연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 책임 있는 태도가 무엇인지 묻는 중요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두 나라의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쳐 왔으며,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등 압박을 가해 왔다.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왕이 부장은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무역 적자가 줄어들었는가, 제조업 경쟁력이 향상되었는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었는가?"라는 연속된 질문을 던졌다. 이는 단순히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 국가가 타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자국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세 정책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망 불안을 초래하며 글로벌 경제에 혼란을 가져왔다. 더욱이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내 산업을 강화하고 새로운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단순한 대립 구도가 아닌 협력의 관계로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가 "중국과 미국은 이 별(지구)에서 오랫동안 공존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 사회가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 관계에서 무력과 경제적 압박만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경제와 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압박보다는 협력을 통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한 논리적 타당성을 갖는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선다. 군사적, 외교적, 기술적 협력과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잡는 구조가 아니라, 상호 경쟁과 협력이 반복되는 관계로 발전해 왔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독자적 기술 생태계 구축 등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에는 서방이 기술 패권을 독점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자체적인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술 봉쇄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의 자립과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제 관계는 과거처럼 단순한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이 아니라, 상호 의존성이 강한 복잡한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타국뿐만 아니라 자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왕이 부장이 강조한 '행유부득, 반구저기'라는 말은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외교 정책을 펼칠 때 참고해야 할 중요한 원칙이 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국을 압박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정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 질서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한 나라가 무리한 정책을 펼치면 그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자신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불안정하면, 이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미 관계를 단순히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존과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왕이 부장의 논리는 현실적인 의미를 가진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국제 질서 속에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과 조율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및 외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읽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한 번쯤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조언이기도 하다.

글: 김도영[한국] 베이징어언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