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샹탄(湘潭) 종합보세구에 위치한 후난(湖南) 쌍니썬디(桑尼森迪)완구제조회사에 전시된 '너자(哪吒)' 굿즈. (사진/신화통신)
블라인드 박스를 살짝 흔들어 무게를 가늠해보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눌러본다.
박스 안의 내용물을 추측하며 하나를 고른 대학생 쉬위시(胥雨曦)는 "한정판을 뽑으면 기분이 정말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매 주말 '굿즈 매장'을 찾아 블라인드 박스를 열어 보는 일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확행'이다.
이제 중국 일부 젊은 층에게 '행복'을 위한 소비는 일상이 됐다. 사무실 책상을 장식한 아트토이 블라인드 박스와 애니메이션 피규어, 고민 상담과 위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은 젊은 층의 정서를 어루만지며 소소한 기쁨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심리적 체험을 중시하고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목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감성 소비'라고 한다. 중국소비자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서적 해소는 젊은 층의 소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충칭(重慶)시 위중(渝中)구 제팡베이(解放碑) 상권에 위치한 S95초차원센터 쇼핑몰. 여러 대형 '굿즈숍'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굿즈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튬 의상을 입고 각자의 '굿즈 쇼핑' 후기를 나눈다.
스슈메이(施秀梅) 충칭(重慶)공상대학 대학생심리건강교육·상담센터 심리상담사는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젊은 층은 소비를 통해 얻는 감정적 공감 및 자기 가치 표현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며 감성 소비 역시 이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는 하나의 출구가 됐다고 짚었다.
"우리는 지식재산권(IP)화 특색 제품은 물론 소비자들이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인증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오프라인 커뮤니티 상호작용 활동도 펼치고 있죠." S95초차원센터 사장 겸 제품책임자는 춘절(春節·음력설) 기간 S95초차원센터의 하루 최대 방문객 수가 6만5천 명(연인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더 희귀하고, 더 정교하며, 더 유명한 IP 굿즈일수록 인기가 많아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 거주하는 2000년대 출생자 샤오후(小胡)는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인쇄된 '포토카드' 수집광이다. 그는 "수집한 카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양정펑(楊征蓬) 몬스터 트라이브(怪獸部落·Monster Tribe) 공동 창립자는 "감성 소비 열풍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뚜렷한 경향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서남 지역에서 몬스터 트라이브는 도시 청년들의 생활 방식 향상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심신 건강을 개선하고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커뮤니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 소비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감성 소비의 핵심 요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감성 가치를 창출합니다." 양 창립자는 몬스터 트라이브가 차별화된 행사 콘텐츠를 통해 젊은 층을 위한 감성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며 매달 약 500회의 행사를 개최해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탕정이(唐正藝) 쿠시맨앤드웨이크필드 충칭(重慶)회사 상업부 책임자는 "감성 소비가 젊은이들의 소비 습관을 재편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새로운 시나리오와 신업종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성 소비로 인해 기존의 쇼핑센터나 백화점과 차별화된 체험 공간 조성에 중점을 둔 새로운 상업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칭 몰입형 인터랙티브 레스토랑인 룽펑청샹(龍鳳呈祥)·시옌(禧筵)의 몽환적인 무대 위에선 공연자가 춤을 추고 무대 아래에서는 관광객들이 공연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긴다.
"막이 끝날 때마다 음식이 서빙되고 손님들은 공연자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공동 운영자인 판쉬안(盤璇)은 이러한 몰입형 문화 체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탐구 욕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 문화관광 산업의 발전 방향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기술 등으로 무장한 감성 소비가 몰입감과 문화적 색채를 발판 삼아 발전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