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이상만 교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더불어 미국의 중국때리기는 더욱 심화 일로에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21세기에 등장한 미국 정치인들 가운데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면서 그 대응법을 찾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중국을 거칠고 강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신념이 매우 강하며, 중국이 경제력을 이용해 미국을 붕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런 신념을 견지해 온 트럼프는 2018년 중국의 대(對)미 수출품 500억 달러 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대중국 1차 무역 전쟁을 점화했다. 2025년 4월 2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10%에 덧붙여 일부 국가와 지역에 상호관세까지 부과하자 국제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4월 9일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56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 반면 중국에 대해선 145% 관세율을 부과했는데, 이것 역시 '중국은 미국에 위해(危害)적인 국가'라는 트럼프의 확고한 신념과 그의 대중강경파 추종세력들의 왜곡된 대중국세계관에 기초한다. 이에 대한 중국의 동등관세 부여라는 매우 기민한 관세 및 비관세 부문의 반격 조치는 매우 인상적이다. 미국이 4월 2일 중국 수입품에 34%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즉각 같은 수준의 대미 34%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트럼프의 의도된 행위가 국제사회를 혼돈의 시기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우선정책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정책은 자유무역 국제경제질서를 붕괴시켜 모든 국가들 간 자유로운 상품 거래를 통한 사회적 잉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트럼프의 즉흥적 관세전쟁이 '탈미국화'를 부추기고 있음은 물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조적 신뢰를 하락시키고 있다. 현재 트럼프가 직면한 문제는 당면한 현실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국내외적 현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지만 그 해결방법이 적절하지 못하여 국제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이 과연 올바른 길을 가고 있나?'라는 의문이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트럼프가 보여준 정책들을 보면 여러 곳에서 '탈미국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사회에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재정적자, 제조업 위기 그리고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부작용을 인지한 것은 적절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관세정책을 무작정 강화하는 정책적 선택은 잘못되었다. 국제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반한 자유무역시스템이 트럼프 자신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이런 현상 하에서 국제시장은 불안하고, 동맹국들이 지불할 비용은 증가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고, 기업들은 수익창출이 힘들어지는 국면을 만들어 우방국들의 불만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붕괴되고, 자유무역 질서가 보호무역으로 재편되며, 국제공공재의 공급이 원천 차단되고,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의 이합집산이 현실화되며, 각국이 국익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미국의 3대 자산인 주식·채권·달러가 동시 하락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은 미국발 '구조적 신뢰 하락'을 감지하여 '탈미국화'에 동참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시장신뢰 상실'은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에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번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활성화와 강력한 리더십, 국가브랜드 파워를 해치는 자충수로 작용하여 '미국은 善이고 중국은 惡'이라는 흑백 프레임이 최종적으로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저의는 국내 지지자들을 향해 MAGA를 외치면서 의도적으로 전 세계를 향해 '경제적 충격과 경제 외적 공포'를 조성한 다음 중국을 완전히 고립시켜 미국의 세계 지도력 유지와 보호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무역·경제 질서와 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오히려 미국시장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이제는 미국도 신뢰할 수 없다는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의 저항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의도하는 21세기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바꿀 이 '새판짜기'는 미국주도로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미국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로부터 미국에 대한 무한신뢰를 저버렸고 어쩌면 미국이 먼저 고립될 수도 있다. 미국의 글로벌 주도권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인식 속에서 중국의 굴기를 경계하고 반드시 봉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동맹국과 우방국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미국이 구축한 네트워크화된 거대 전략이 무너져 가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고 실천해 왔던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 즉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 글로벌 통상질서를 유지하는 자유무역제도, 글로벌 사회의 다양한 국제기구 조직, 동맹에 기반한 안전보장질서 등 각 영역 곳곳에서 나타나는 저항의 파열음은 물론 미국주도 시스템 자체의 적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주도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자유무역질서의 파괴때문에 미국 이외의 국가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자유무역질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탈퇴한 CPTTP가 재작동되고, 중국이 주도하는 RCEP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한중일 FTA가 현실적으로 가시화된다면 미국주도의 새로운 세계무역질서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트럼프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위대한 미국재건(MAGA) 슬로건을 무력화시킬 것이며, 최악의 결과는 트럼프가 경선과정에서 인정했던 '미국은 쇠퇴하는 국가(Failing nation)'가 현실화되어 '미국이 세계 1위'라는 시대는 저물고 글로벌 주도권 이양의 길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국가가 신흥강국으로 등장하여 글로벌 주도권을 이양 받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주변국들이 '약탈적 패권'이 아니라 '시혜적 왕도'를 실천하는 국가가 과연 누구인가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이상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