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중앙대 국제대학원/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객원교수 강호구
취임 100일 기념 연설 내 관세 정책
지난 2월 1일(현지시간,이하 동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미국 내 대량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산 제품에 관세 10%,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관세 25% 추가 부과를 발표하였다. 멕시코·캐나다산 제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된 점과는 달리,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보복 관세를 이유로 상호 관세 145%로 상향한 상황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초반 모습과는 달리, 4월 9일 중국을 제외하고 실제 협상에 임한 국가에 대해서는 90일 동안 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정책의 방향이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임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타국에 대한 강압적 태도에서 협상을 희망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다.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연설에서 "역사상 어느 정권보다 성공적인 100일이었다"고 자찬하면서 관세 정책, 이민 정책의 성과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펜타닐 유입 증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펜타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명분 찾기로 볼 수 있겠다.
경제학 법칙을 위배한 트럼프 정책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하는 상호 관세를 포함한 일련의 경제 정책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면서 단기적으로 △자국 기술우위 유지, △중국 비용우위 상쇄,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미국 회귀를 실현하는데 있다. 다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재화·서비스·노동력 자원의 글로벌 유동을 가로막는 부정적 영향 요인으로, 유·무형 장벽을 세우는 것은 이윤 극대화, 비용 최소화에 근거한 자원 효율 분배 법칙을 위배하기에 장기 지속하기 어렵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다국적 기업이 효율성에 기반하여 자연 형성된 현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한 제품에 관세 페널티를 부가하여 미국산 제품이 상대적 가격우위를 확보하게 한다. 미국산 제품의 비교우위가 타국 경쟁 제품의 관세장벽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다면 제품 평균 가격이 높아져 결국 피해는 미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데, 이는 인류 사회 전체를 볼 때, 효율성을 지닌 제품의 수출 감소, 미국 소비자의 가격 손실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류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을 저해한다. 또 타국과의 협력‧경쟁을 통한 자국 비교우위 형성보다 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통한 타국 비교우위 상쇄를 선택하는 것, 역시 인류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자원 분배의 비효율을 초래하여 인류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을 저해한다. 즉, 국가적 관점을 떠나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양질의 제품을 생산-소비하는 것이 인류 사회를 위한 점이라는 것이다.
미국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한중 협력 방안
다국적 기업은 철저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윤 극대화, 비용 최소화를 추구하고, 전 세계 범위에서 목표시장에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양질의 재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이는 제품수명주기 이론(R.Vernon), 기러기 편대 이론(K.Akamatsu) 등 각종 직접투자·산업이전 이론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다만,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각국 경제 협력에서 정치적 요인이 큰 영향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면, 현재는 정치적 요인이 경제 정치화라고 불릴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이 추진하는 궁극적인 정책 목표는 명확하다.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은 생산-소비의 양성적 순환이다. 한 국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비교우위가 사라지면 국가 경제의 생산-소비가 순환하지 못하면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 비교우위는 기술우위와 비용우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미국은 과거와 달리 두 비교우위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중국은 빠르게 캐치-업을 추진하여 기술우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현재 미국은 수많은 하이테크 산업에서 기술우위가 사라지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러한 기술우위에 대한 캐치-업을 저지하기 위해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이공계 중국 유학생 차단 등 중국 기술우위 형성을 저지하려 노력한다. 한편, 미국은 비용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세장벽 강화, 타국 제품에 대한 검열을 골자로 한 비관세 장벽 구축 등 외국산 제품의 국내 비용우위 상쇄를 위해 노력한다.
미국이 기술우위, 비용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은 중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한중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30일 한중일은 6년 만에 한중일 통상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상호 관세 관련 대응 방안, 한중일 FTA 추진 관련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였다. 한중 양국은 단기적으로 자국 제품의 비용우위에 영향을 주는 상호 관세 충격에 대응하여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역내 자유무역 기조 강화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한중이 참여한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 대한 상호 시장 대체 수요 창출, 제3국 시장 확대 공동 모색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양국은 미국 관세 영향으로 대미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산업의 일시적 재고 물량 처리를 위해 긴밀히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한중 양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기술우위 확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수시 변화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발 정책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상호 간 보다 세밀화되고 유동적인 협력 전략 수립과 수시 소통을 위한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며, 국가적 관점이 아닌 경제 효율성 관점에 기인하여 신·구 산업에서의 양국 간 기술우위 상호 보완을 통해 현 글로벌 공급망 연계성과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글: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중앙대 국제대학원/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객원교수 강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