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지 보름 남짓 지난 상황에서 대중국 전략에 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외교 공약, △시진핑 주석과의 첫 정상 통화 내용, △문재인 정부 '균형 외교'와의 정세 환경 비교 등을 통해 대중국 전략 방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출마 공약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세계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을 모토로 하여, △긴장 완화와 비핵‧평화로 공존하는 한반도 추진, △경제안보∙통상위기 극복, △안정적 한중관계 관리 등 내용을 제안하였다. 이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와 반대되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중점으로 한 '가치 외교'를 펼쳤는데, 이러한 '가치 외교'는 남북 관계 경색을 초래하였고, 중국과의 관계도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초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보다 자국을 중시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전략적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는데, 트럼프발 정치·경제 리스크는 이러한 '가치 외교'가 실패하였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하였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외수 경기 침체 등 부정적 요인의 영향으로 수출입이 전 분기 대비 동반 감소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표방하면서 미국 측에 치중했던 균형추를 국익에 기반하여 중국 측으로 옮겨와 균형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사드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한중 정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발 정치·경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 정치·경제 협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취임 후 가진 정상 통화를 보면, 외교 실무에서 취임 후 첫 정상 통화 순서는 대외관계 중요도를 인식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된다. 역대 대통령 당선∙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를 살펴보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취임 당일)-중국(취임 2일차)-일본(취임 2일차) 순으로 첫 정상 통화를 진행하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미국(당선 당일)-일본(당선 2일차)-중국(당선 16일차) 순으로 첫 통화를 진행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취임 3일차)-일본(취임 6일차)-중국(취임 7일차) 순으로 첫 정상 통화를 진행하여 순서상 미·일과 먼저 정상 통화를 진행하였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첫 정상 통화 내용은 글로벌 정치∙경제 국면에 대한 대응과 교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있었기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첫 통화에서 중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더욱 격상시키자고 제안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그간 대중국 실용주의 행보에 대한 큰 기대와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취했던 '균형 외교'와의 정세 환경을 비교해 보면, 앞서 비슷한 성향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 '균형 외교', '신북방정책' 구상은 사드 배치 문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중 정치 관계 회복에 급급하여 한중 간 경제 심화 협력까지 나아가기 어려운 정세 환경 하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의미하는 지표로 삼았던 시진핑 주석 방한 역시 끝끝내 성사되지 못하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상황과는 달리, 현재 한중 양국은 현재 트럼프발 리스크에 공동으로 직면해 있다. 미국만을 우선시하고 타국 이익을 무시하는 트럼프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한중 정부 간 소통 강화를 통해 균형을 바로 잡고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한중 기업 간 교류 증진을 통해 경제 리스크 회피와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데 전방위적 노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중 양국은 미국발 경제 리스크(상호 관세 등) 공동 대응, 글로벌∙지역 산업밸류체인 조정, 전략적 우위 산업 교류 협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경제 영역에서 적극적인 공동 협력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상 3 가지 측면에서 향후 이재명 정부의 대략적인 대중국 전략을 엿볼 수 있지만 구제적인 전략과 세부 내용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후에나 토론과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탄핵 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가 내각 인선 완료까지 195일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구체적인 대중국 정책 로드맵이 수립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대통령실은 기자단이 제기한 "대통령이 곧 데뷔할 G7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견제 목소리가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G7 국가들과 공조∙협의하면서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나쁘게 가져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라고 답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재명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도 '실용 외교'의 틀은 벗어나지 않겠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글: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중앙대학교 GSIS국제대학원 객원교수, 영남대학교 박정희새마을대학원 객원교수 강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