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하계 다보스 포럼은, 단순한 장소적 의미를 넘어 세계 질서 재편 속에서 아시아와 특히 중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상징으로 읽힌다. '새 시대의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기술, 환경, 경제를 잇는 복합적 전환기에 놓인 인류에게 하나의 실용적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혁신과 협력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오늘날 세계는 공급망 재편, AI 도입 가속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전환을 실현하려면 자본과 기술,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그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 바로 아시아다. 특히 아시아는 세계 경제 성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기술과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급부상 중인 중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기업가 정신의 실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번 포럼에서도 주목받은 여러 핵심 주제인 '글로벌 경제 해석', '중국 전망', '격변하는 산업', '인류와 지구에 대한 투자', '신에너지와 신소재' 등은 단순히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컨대 중국 스타트업 DeepSeek는 약 600만 달러라는 제한된 예산으로 미국의 수십억 달러 규모 AI 시스템과 맞먹는 성능의 모델을 개발했다. 이처럼 '고비용=고성능'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흔드는 실험은, 기술의 보편화와 포용적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녹색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의 빠른 확산은 이미 여러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에너지 전환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676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세계 녹색에너지 단가를 낮추는 구조적 기여로 이어졌다. 전기차, 수소에너지, AI 기반 스마트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혜택은 짐바브웨의 농촌 마을에서부터 뉴질랜드의 태양광 프로젝트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발전은 기술과 정책의 결합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금융 생태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를 비롯한 중국계 금융기관들은 지속가능 채권, ESG ETF,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술 기업들의 녹색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은 단순한 생산 기지나 소비 시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설계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국가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다보스 포럼은 오랜 세월 '글로벌 엘리트의 회의'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변화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포용,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 협력, 청년세대의 미래를 위한 구조 전환 등은 더 이상 이념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누가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실천하는가'의 문제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은 단단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중국의 도전과 선택이 언제나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정답보다 해답이며, 당장의 완벽보다 실천가능한 대안과 실행력이다. 다보스 포럼을 통해 드러난 아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응답은 그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그리고 그 실천의 무게중심은, 지금 아시아에 있다.
글: 김도영, 길림사범대학교 한국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