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구성과 중국의 책임
2025년 7월 16일,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가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2023년 첫 회 개최 이후 CISCE는 단기간 내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망 전문 전시회 중 하나로 부상했다. 75개 국가와 지역에서 온 651개 기업과 기구들이 참가, 전시규모가 12만㎡에 이르는 CISCE는 '세계를 연결하고 미래를 함께 창조한다'는 슬로건 하에 공급망의 안정과 혁신을 통한 세계 경제의 공동 발전을 기조로 ▲첨단 제조 ▲스마트 자동차 ▲친환경 농업 ▲청정 에너지 ▲디지털 기술 ▲건강한 삶 등 6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기후 위기, 국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 등으로 복잡성이 증대된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 환경 속에서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기술 및 산업 전시를 넘어 실질적인 공급망 협력의 접점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내세워 관세전쟁을 통해 자국산업 보호 담장을 높게 쌓는 사이 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 확보를 위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천명하는 선언으로 읽힌다.
공급망 안정에 대한 중국의 기여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공급망 안정 보장'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생산기지의 안정화 ▲에너지 전환 참여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통합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성 확보'라는 이중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과의 협력 역시 단순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 디지털화, 저탄소화, 지속가능성 등 새로운 가치 기준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기존 제조 거점 이미지를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 질서에 안정성을 주입시키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다. 반도체, 전기차, 식량, 의약품 등 핵심 산업에서의 공급망 교란이 반복되고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의 불안정, 글로벌기후 재난 등의 복합적 위기가 격화됨에 따라 예측 가능한 공급망 확보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CISCE가 제시하는 중국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즉, '산업을 연결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부를 증대시키며, 혼란 속의 국제 정치및경제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자국 이익을 넘어서 글로벌 산업 안정화를 위한 실질적 기여를 통해 국제공공재를 공급해 보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협력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CISCE
이와 같이 공급망은 이제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외교, 기후 거버넌스와도 밀접히 연결된 전략 자산이다. 국제 정치및경제 질서를 실질적으로 구성하는 네트워크로서 공급망은 국제사회의 권력 구조와 직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ISCE는 중국이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글로벌 산업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중국 주도의 공급망 플랫폼 구축은 산업 전략을 넘어 새로운 국제 질서 창출을 시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CISCE는 단순한 기술 전시장이 아닌 공급망 금융, 물류 최적화, 지식재산 보호 등 제도적 협력을 실험하는 장이자, 글로벌 기업 간 상호 연계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중견국들은 향후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 양상은 관세전쟁이 아니라 공급망전쟁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중국과의 실용적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CISCE는 단지 전시회가 아닌, 글로벌 산업 안보와 협력의 미래를 모색하는 전략적 공간임을 주목해야 한다.
글: 이상만,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