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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한중수교 33주년, 미래를 향한 동행

중국망  |   송고시간:2025-08-21 10:4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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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망 | 2025-08-21

올해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3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1992년의 수교는 단순히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맺는 절차적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냉전 구도의 굴레를 벗어나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여는 역사적 결단이었고, 이후 양국은 경제·문화·인적 교류 전반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왔다. 한국이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삼게 된 것도, 중국이 한국을 아시아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게 된 것도 모두 이 결단에서 비롯된 결과다. 우리는 오늘, 수교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정부는 수교 기념일을 맞아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이 특사단은 시진핑 주석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한미·한일 정상외교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중국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다. 이번 특사 파견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향후 양국 관계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특히 10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외교 행보는 미래 협력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양국 관계는 중앙정부 차원을 넘어 지방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게 될 한중 지사·성장회의는 지방정부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무대다. 인천과 베이징에서 번갈아 열려온 이 회의는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되었으나, 올해 재개를 통해 양국 지방정부가 다시 교류의 손을 맞잡게 된다. 지방정부 간 협력은 중앙정부 외교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민 생활에 직결된 실질적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앙 차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현안이 있을지라도, 지방 차원에서는 교육·환경·도시 정책 등 생활 밀착형 협력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다. 이런 교류는 곧 양국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외교'의 성과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최근 양국 정부가 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확대하며 인적 교류 활성화에 나선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이 한국 국민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이어, 한국도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를 허용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민 간 자유로운 왕래를 촉진하고, 문화적 이해를 넓히며,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친구를 직접 만나야 진심을 알 수 있듯이, 국민이 서로의 땅을 오가며 경험을 공유할 때 비로소 진정한 우정이 싹튼다.

민간 외교 역시 새로운 시대 한중 관계에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민간 교류는 꾸준히 양국의 신뢰를 지탱해 왔다. 최근 제작에 들어간 한중 합작 영화 <상하이의 별>은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 그리고 중국 항일지사(志士)들의 연대와 희생을 함께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항일의 역사적 기억을 다시 일깨우며, 과거의 연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양국 국민이 감동과 교감을 나누는 문화적 접점이 될 것이며, 향후 한중 관계의 온도를 한층 더 따뜻하게 바꿔줄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양국 간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외교적 이해 차이와 국제 정세에서 비롯되는 긴장 요소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전성기를 하루아침에 되찾기보다는, 정부와 지방, 민간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신뢰와 협력을 쌓아 올린다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최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수교 초심을 지키자"고 밝힌 것도, 우리가 초창기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함을 상기시켜 준다. 초심이란 곧 상호 존중과 상생의 자세이며, 이것이야말로 한중 관계를 미래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한중수교 33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양국이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협력 방향을 설계하는 소중한 이정표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 갈 책임을 공유하는 이웃이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공통의 이익을 확대해 나간다면, 한중 관계는 더 밝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33년의 발자취 위에 쌓여온 신뢰와 교류를 토대로, 앞으로의 30년,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더 큰 협력의 길을 열어가야 할 때다.

글: 김도영, 길림사범대학교 한국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