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한중관계는 요란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했다고 해서 멈춰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올해의 변화는 큰 소리보다 작은 톱니들이 다시 맞물리는 소리, 그리고 오래 잠자던 다리가 다시 단단히 연결되는 순간에 가까웠다. 겉으로는 잔잔하게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관계를 떠받치는 구조들이 하나씩 정비되며 다음 계절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 협력의 기본 골격이 다시 안정되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통해 한중 양국은 공급망 안정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행, 그리고 제도적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서로의 산업과 시장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다루자는 약속에 가깝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이웃 국가로서, 공통의 규범과 제도적 틀 위에 손을 얹는 인식이 문서로 확인된 셈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협력은 더욱 생활의 온도에 가까워졌다. APEC 회의가 열린 11월을 전후해 갱신된 원–위안 통화스왑과 여러 경제 협력 양해각서는 금융과 실물경제를 잇는 안전망을 다시 단단히 고정시켰다. 위기 때에만 의미가 있는 장치가 아니라, 평시에도 교역과 투자를 떠받치는 바닥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이지 않는 바닥이 단단할수록,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히 가벼워진다.
이와 함께 2025년은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국경을 넘나든 해이기도 했다. 9월 말부터 한국 정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비자 없이 최대 15일간 체류할 수 있는 입국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이는 단지 여행의 문턱을 낮춘 정책이 아니라, 침체된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실질적 조치였다. 이 조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부산, 제주 등지를 찾아 쇼핑과 문화 체험을 즐기며 현장의 생기를 되찾았고,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 신호가 퍼졌다.
또 중국은 2025년 말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인들도 자유롭게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며, 양국 국민들의 왕래가 보다 자연스럽고 빈번해졌다. 이러한 상호 비자 완화 조치는 시장의 흐름뿐 아니라 인문·문화 교류의 숨결을 되살리는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5년 한중관계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과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공급망 안정, 고령화 대응, 농식품 교역, 혁신 창업 같은 의제들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 중국은 단순한 거대 시장을 넘어, 규칙을 함께 만들고 현실적 과제를 풀어가는 동반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역시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물론 모든 길이 평탄한 것은 아니다. 한중관계는 여전히 외부 환경과 내부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2025년의 의미는 더 분명해졌다. 감정의 파도가 아니라, 제도와 협력의 레일 위에 관계를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 흔들림을 넘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2026년을 바라보는 전망은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다. 이미 다시 맞물린 톱니바퀴 위에서, 협력은 더 넓은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중관계는 극적인 반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처럼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2025년은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해였고, 2026년에는 그 여정이 더욱 많은 협력의 결실로 이어질 것이다.
글: 김도영, 길림사범대학교 한국인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