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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한중 협력

월간 <중국>  |   송고시간:2026-04-22 16:2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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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중국> | 2026-04-22

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홍콩과학기술대학(광저우·廣州) 방문 교수

30여 년 전, 필자는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젊은 연구원으로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 에너지연구소(ERI)를 방문해 현지 연구자들과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연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인연을 맺은 한 젊고 유능한 중국 연구자는 이후 줄곧 이 분야에 매진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했고,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 중국 연구자는 지난 30여 년간 같은 분야를 연구해 온 필자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이다. 우리는 IPCC 3차 보고서에 이어, 최근 마무리된 IPCC 6차 보고서 작업에서도 아시아 연구자로 함께 참여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연세대 교수로, 그는 홍콩과학기술대학 (광저우) 교수로 재직하며 기후 문제 연구를 공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는 홍콩과학기술대학 광저우 캠퍼스에서 방문 교수로 머물며 많은 중국 학자와 차세대 신진 연구자들과 함께 기후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우리 두 사람의 30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함께해온 관계다. 경쟁과 갈등, 협력을 반복해 온 역사는 두 나라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특히 전 세계의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양국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재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0권에 드는 한국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선도적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실제로 보여 주고 있다. 두 나라가 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더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다른 국가들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도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기후 문제 해결을 누구보다 강하게 주창해 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기후 위기가 인류 최대의 도전이며, 이를 해결해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재임 시절 가장 큰 업적으로, 유엔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끌어낸 2015년 '파리협정'을 꼽는다. 그는 당시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 지지가 협정 성사의 큰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해 왔다.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프로그램의 실장직을 맡으며 그의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반 전 총장은 현재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博鰲)아시아포럼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포럼에서 늘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기후변화'다. 이는 포럼 이사장을 비롯한 포럼의 의사결정자들과 중국 정부가 이 문제의 중요성을 꾸준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지난해 보아오아시아포럼에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 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올해는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 세션에 다시 토론자로 참석하게 됐다. 중국과 한국의 정책 당국자, 기업인, 학자들과 함께한 이 자리에서 나는 두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협력은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사회구조까지 포함하는 사회과학 연구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공동 연구 기금 마련이 절실하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기술개발 분야에 있어 협력과 경쟁을 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정책과 사회구조 변화를 통한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가속하는 데에도 협력이 절실하다. 양국은 인구가 급속히 줄고,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데 어느 국가보다 앞서 있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전환이 두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특정 기술의 개발을 넘어, 사회과학 분야의 기후 정책에 관한 연구에 해당한다. 이는 필자의 중국 친구와 필자가 지난 30여 년간 연구해 온 것처럼 앞으로 30년 이상 양국의 신진 학자들이 계속해서 연구해야 할 분야다. 그러나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는 늘 연구개발비가 부족하다. 양국 정부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다양한 정책연구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양국의 유능한 신진 학자들이 마음껏 같이 연구하여 실제 정책도 되고, 기업이 쓸 수 있는 전략도 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과학 정책연구 기금을 조성해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보아오아시아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제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정례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수소 생산·공급이나 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 기업들이 단순히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 우선 아주 구체적인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 창구가 마련되고, 여기서 이뤄진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다음 포럼에서 다시 보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대화뿐 아니라 기업, 연구소, 대학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양국이 세계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해결 과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개인·기관·국가 차원의 다양한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홍콩과학기술대학(광저우·廣州) 방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