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레이네트 클레버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원조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여러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미국이 추진 중인 '하드웨어 기술 통제에 관한 다자간 협력법(MATCH 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법안은 네덜란드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동일하게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MATCH 법안은 올해 4월 발의됐으며, 관련 메커니즘을 구축해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 정부가 해당 법안에 대해 '역외 적용'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주권적 무역정책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클레버 장관은 워싱턴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법안에 대해 "일부 조항은 미국이 네덜란드의 국가안보 및 자국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일부 결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네덜란드와 미국은 원래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러한 협력이 강제적인 연계 관계로 변질된다면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젠쥔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중국·유럽관계 연구센터 주임은 24일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MATCH 법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해당 법안이 네덜란드의 자체적인 수출 제한 조치보다 훨씬 엄격할 뿐 아니라 미국에 이른바 '확대관할'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네덜란드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 AI 칩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일부 저사양 장비의 중국 판매 및 공급 문제에서는 견해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이미 수출된 제품에 대한 후속 서비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유지보수 및 지원 포함)와 일부 비교적 저사양인 ASML 장비의 판매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MATCH 법안은 대중국 제한 분야가 훨씬 광범위해 네덜란드의 핵심 이익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네덜란드는 MATCH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공급망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에는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협의체에 참여한 국가들은 주로 미국의 동맹국들로, 한국과 일본 등이 포함된다면서 네덜란드의 참여는 미국이 추진하는 과학기술 외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젠 주임은 네덜란드가 한편으로는 MATCH 법안에 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팍스 실리카'에 참여하는 모습은 현재 네덜란드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정책이 안고 있는 모순과 난처한 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부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네덜란드가 '미국의 MATCH 법안을 따르는 것'과 '자국의 대중국 경제·무역 이익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정책 선택의 공간도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