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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경쟁은 혁신을, 협력은 번영을: 중국 첨단기술이 잇는 아시아·태평양 산업망

중국망  |   송고시간:2026-09-07 16:4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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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망 | 2026-09-07

9월 3일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미디어 고위급 포럼 분과포럼에는 APEC 회원경제의 정부·언론·학계·기업 관계자 등 150여 명이 모였다. 첫날 참석자들은 '개방·혁신·협력을 통한 아시아·태평양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과 산업 협력이 역내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참가자들은 난사항 4기 완전자동화 부두와 헝친의 디지털 제로탄소섬 실험실 등을 찾았다. 토론장에서 오간 말이 항만의 무인운반차와 실험실의 로봇으로 모습을 바꾼 셈이다. 기술은 공장 안에 머물 때보다 사람과 시장, 도시와 도시를 연결할 때 더 큰 의미를 얻는다. 

첫날 논의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아시아·태평양 협력은 단순히 상품을 주고받는 단계에서 벗어나 공동 혁신과 산업망 연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품을 더 많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생산, 물류, 서비스와 기술 표준을 함께 엮는 일이다. 

중국의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 제품은 이미 이러한 전환을 움직이는 주요 축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5년 이른바 '신3종' 수출액은 약 1조30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27.1% 늘었고 전기차 수출은 393만 대로 73.1%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중국이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배터리 셀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했다고 분석한다. 태양광 공급망 생산능력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약 85%에 이른다. 

이 규모는 단순한 시장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량생산과 치열한 경쟁은 친환경 기술의 가격을 낮추고 충전·저장·정비 생태계의 성장을 앞당겨 아시아·태평양 신흥경제체의 녹색 전환 문턱을 낮춘다. 실제로 IEA에 따르면 2025년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수입은 30만 대를 넘어 두 배 이상 늘었으며, 거의 전량이 중국에서 들어와 현지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다. 중국의 기술 제품이 역내 산업망의 '상품'에서 '기반'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생산의 집중은 공급 차질과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물량 확대보다 협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현지 생산과 인재 양성, 배터리 안전·재활용·탄소정보 기준의 공동 설계, 충전 규격과 인증의 상호 인정이 뒤따라야 한다. 첫날 분과포럼에서 첨단기술 표준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규모가 더 넓은 시장과 만나려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지역과 함께 만든 생태계'로 진화해야 한다. 

반도체는 상호의존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 준다. 해관총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기계전자제품수출입상회의 집계에서 2025년 중국의 집적회로 수출은 2019억 달러로 26.8% 증가했고, 수입도 4243억3000만 달러로 10.1% 늘었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공급자인 동시에 거대한 수요시장이다. 설계와 장비, 소재, 메모리, 제조와 후공정이 국경을 넘나드는 반도체 산업에서 어느 한 나라가 가치사슬 전체를 홀로 완성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경쟁과 협력 가운데 하나만을 고를 수 없는 구조다. 한국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제품 수출 2642억9000만 달러 가운데 중국(홍콩특별행정구 포함)으로 향한 수출은 970억4000만 달러로 36.7%를 차지했다. 그중 반도체가 723억 달러, 디스플레이가 62억7000만 달러였다. 반대로 한국이 중국(홍콩특별행정구 포함)에서 수입한 ICT 제품도 545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양국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시장과 생산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숫자 속에 담겨 있다. 2025년 한중 전체 교역액도 3312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양국이 찾아야 할 균형점은 경쟁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경쟁이 공급망의 단절로 번지지 않도록 협력의 난간을 세우는 데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와 재활용·안전 기준, 제3국 공동생산을 확대하고, 반도체에서는 차량용·전력용 반도체, 첨단 패키징과 녹색 데이터센터처럼 상호 이익이 분명한 영역부터 협력을 넓힐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차세대 소재와 장비, 에너지 절감형 패널의 공동 표준을 모색할 만하다. 기업 간 협력에 더해 정부·연구기관·대학이 참여하는 상설 대화와 공동 실험실도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의 산업 지도는 한 나라의 색으로 칠해질 수 없다. 서로 다른 강점이 이어질 때 비로소 하나의 항로가 된다. 중국의 넓은 시장과 제조 생태계, 한국의 기술과 축적된 산업 경험이 만난다면 경쟁은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협력은 공급망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광저우의 토론장과 광둥의 스마트 항만이 첫날 함께 보여 준 것도 바로 이것이다. 다음 시대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혼자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엮어 더 안전하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아시아·태평양에 함께 제공하는 능력에서 나올 것이다.

글: 김도영, 대외경제무역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