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국학회 분과 위원장 임채환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중국에서 식량 문제는 단순한 농업 이슈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시행될 중국의 '15·5 규획(제15차 5개년 규획)'에서도 식량안보는 국정의 핵심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2026년 6월 중국 국무원은 '농업·농촌 현대화 가속 15·5 규획'을 발표했고, 지난 9월 29일에는 15·5 규획 기간 농정의 주요 방향과 중점 과제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총괄 방향, 4대 중점(생산량·품질 병중, 상시화 정밀지원, 과학기술·개혁의 쌍륜구동, 조화로운 향촌 건설) 등을 설명하였는데, 식량안보와 관련된 핵심 키워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식품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 쌀과 밀가루 등 주곡의 소비는 줄고, 육류·달걀·유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축산물 수요 증가로 옥수수와 대두 등 사료 곡물 수요와 수입량의 상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팽팽한 균형 상태(緊平衡)'로 평가하고 있으며, 기자회견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두 가지 주요 정책 기조를 제시하였다.
먼저 '대식품관(大食物觀)'은 식품 공급 기반을 다원화하기 위한 정책 기조이다. 식량 및 식품 공급원을 기존 농경지뿐만 아니라 시설농업, 강·호수·바다, 산림·초지,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관련 중장기 계획을 보면,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시설채소 생산 비중을 40%까지 높이고 시설어업 생산 비중도 60%로 확대할 구상이다. 축산업에서는 육류 생산량 9,500만 톤 이상, 달걀 3,550만 톤, 우유 등 유제품 원료 생산량 4,300만 톤을 확보할 계획이다. 임업 분야에서는 임하경제에 활용하는 산림면적을 2030년 약 7억 무(4,667만ha)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식품 공급원을 넓히는 접근이 있다면 농업 생산방식을 혁신하려는 기조도 확인된다. '신질생산력(新質生產力)'은 2020년대 들어 꾸준히 부각되는 키워드이다. 중국 당국은 농업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로 지능형 농기계, 농업로봇, AI, 지능 설계 육종, 바이오 합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15·5 규획에서는 이들 기술을 연구개발(R&D)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증과 산업화, 농촌 현장 보급까지 연결해 농업농촌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제시되었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방향은 식량 생산목표에서도 확인된다. 14·5 규획 기간에는 식량 종합 생산능력을 6억 5,000만 톤 이상으로 유지하고, 18억 무(약 1억 2,000만ha)의 경지 보호선을 지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15·5 규획에서는 식량 생산능력 목표를 약 7억2,500만 톤으로 높이고, 식량 재배면적은 약 17억 5,000만 무(약 1억 1,667만ha) 수준에서 안정시키기로 했다. 즉, 중국 정부는 앞으로 식량 생산능력 증가의 무게 중심을 단수 향상에 두겠다는 것이다.
15·5 규획의 중요한 변화는 기존 정책을 하나의 식량안보 체계로 연결했다는 점이라고 판단된다. 즉, 중국의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농경지 안에서는 단수를 높이고, 농경지 밖에서는 시설·수산·산림·바이오 분야로 식품 공급원을 넓히며, 여기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전반적인 농업 생산력을 높이려 한다. 이제 중국의 식량안보 정책은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에 더해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다만, 계획이 실제 변화로 연결되려면 극복해야 할 난제도 있다. 현재 중국에는 약 2억 호의 소농이 있고 지역별 농업 자원과 생산 여건의 차이도 크다. 농업 로봇과 AI, 바이오 기술 등 혁신 기술이 일부 대규모 경영체와 선도기업에 집중되거나 새로운 식품 생산기반이 특정 지역에 편중될 경우 불균형의 문제도 우려된다. 결국 정책의 성과는 신기술의 개발 보급과 공급원 확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농가의 생산 현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에도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식량안보 정책은 자급률을 중심으로 논의 및 평가되어 왔다. 향후에는 생산량 증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공급원 다변화, 신농업 개발 보급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게 있어 중국의 15·5 규획은 식량안보의 범위와 정책적 수단을 설정할 때 활용할 만한 참고 자료라고 생각된다.
글: 임채환, 현대중국학회 분과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