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까운 동계올림픽 역사 속에서 여전히 신생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쇼트트랙은 1992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렇듯 동계올림픽 역사 속에서 쇼트트랙이 등장한 기간은 그닥 길지 않지만 중국과 한국의 동계올림픽 금메달 가뭄을 해소해준 데는 분명 큰 역할했다고 할 수 있다. 1992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김기훈 선수와 2002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중국 양양 선수를 떠올릴 수 있다. 아직도 이 두 나라의 동계올림픽 성적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활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을 중국과 한국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도 전통적 강팀에 속하고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상황만 봐도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도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모종의 숙원(宿怨)이 쌓였고, 그 두 국가의 경쟁은 쇼트트랙 경기의 볼거리로 떠올랐다. 전회 평창 동계올림픽,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쇼트트랙 종목은 큰 주목을 받고 있고, 경기장 내외에서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양국 경쟁은 양국 여론을 들끓게 하면서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기도 했으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쇼트트랙 경기 규칙 개선, 경기 동영상 촬영, 리플레이 기술 업그레이드 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양국 경쟁은 쇼트트랙 발전을 이끌었고 이는 양국 선수단에게 기쁜 일이자 쇼트트랙 종목 자체에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또 현재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선태 감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고,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한국서 유명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현재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를 맡고 있다. 이렇듯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진 내에서는 한국적 혹은 한국계 인사가 많이 선임됐다. 한국 쇼트트랙 인재들이 중국팀 실력 향상에 큰 힘을 보탰고, 이로써 중국은 쇼트트랙의 꿈을 계속 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한국 입장에서 보자면 인재 유출로 인한 아쉬움이 당연히 있겠지만 넓은 시야에서, 즉 전 세계 쇼트트랙 스포츠 측면에서 보자면 모두가 국경을 초월해 올림픽 꿈을 꿀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의 구현이라 할 수 있겠다.
나아가 중국 쇼트트랙 팀은 우수한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동시에 외국 쇼트트랙 팀의 실력 향상을 돕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헝가리 쇼트트랙 팀 리더인 샤오린 샨도르 리우, 샤오앙 리우 형제는 어릴 때부터 중국서 쇼트트랙 훈련을 받았고,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 장징도 중국 출신이다.
경쟁은 진보의 영원한 동력이다. 탁월함을 추구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협력 상생하는 기초 위에서 세워진 '중한 경쟁'은 두 쇼트트랙 대국이 영원히 세계 쇼트트랙 발전에서 앞장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세계 쇼트트랙의 꾸준한 발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