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정교한 가면 쓴 범죄 기승
중국에서 실제 피부와 유사한 정교한 가면을 착용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범죄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신화망(新華網)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안후이(安徽)성 벙부(蚌埠)시 공안 당국은 최근 안후이성 일대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주택과 상점 등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절도범 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범행 때마다 인터넷에서 800위안(약 14만원)가량을 주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면을 착용해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는 영화 '미션임파서블'처럼 정교한 가면으로 얼굴을 수시로 바꿔가며 강·절도와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가면을 쓴 절도범들이 수 억 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고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도용해 장쑤성 일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불법인출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중국 인터넷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가면은 두께가 0.1~1㎜가량으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 질감이 부드럽고 전용 접착제로 얼굴에 붙이면 외형과 색상이 실제 피부와 거의 유사하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 식사나 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정도 자연스러워 20대 청년이 백발이 성성한 노파로 분장해도 식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에서 모든 가면이 완구류로 분류된 탓에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큰 가면도 생산·판매에 제한이 없는 것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시난(西南)정법대학 천스웨이(陳世偉) 교수는 "완구와 관련된 중국의 현행 법령은 살상력이 있는 총기·탄약이나 인체에 해로운 제품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범죄자들이 쓰는 가면은 이들 범주에 속하지 않아 유통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선 공안 기관들은 실제 피부를 모방한 가면에 대한 생산·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지 언론들도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나 사전 허가없는 가면 착용을 금지하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