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칭화(王慶華, 오른쪽)가 천천(晨晨)을 데리고 생수를 배달하고 있다.(6월 12일 촬영)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탄 천천(가명)이 아빠 등에 기대고 있다. 아빠의 등은 높은 산처럼 비바람을 막아줘 든든하다.
정신지체장애자인 천천은 올해 19살로 아이큐는 두세살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아빠 왕칭화는 올해 52세, 생수배달일을 하고 있다. 날마다 집근처 생수배달업체에서 당일 배달할 10여 통의 생수를 집으로 옮긴 후 고객집으로 배달한다. 천천 집에는 78세의 할머니가 있다. 연로한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손자를 돌볼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왕칭화는 생수 배달 때 천천을 데리고 다닌다.
달걀 하나, 라면 한 봉지, 소시지 한 개. 이게 왕칭화가 천천에게 준비한 점심식사다. 이 식단은 천천이 다른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음식들이다. “천천의 생활은 매우 규칙적이고 단조롭다. 점심 때 라면만 먹는데, 라면에 넣는 부재료로 정해져 있다.” 천천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은 뒤 덩리쥔(鄧麗君)의 노래를 들으며 영양가 없는 점심을 즐긴다.
천천이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고 2년 동안 치료를 받은 뒤 왕칭화의 아내는 남편과 아들 곁을 떠났다. 천천을 돌보기 위해 왕칭화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엄마와 아빠 역할을 하며 살림을 꾸려 나갔다. 왕칭화는 생수 배달로 매달 2000위안을 번다. “이웃들이 제가 아픈 아이를 돌본다는 걸 알고 저한테 생수를 주문하곤 한다.”
왕칭화가 고객집에 생수를 배달하러 들어가면 천천은 오토바이 옆에서 얌전히 아빠가 나오길 기다린다.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 왕칭화는 오토바이에 충전기를 갈아넣고 배달을 나간다. “별로 배우지 못해서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내 아들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왕칭화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