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7년 동안 한∙중 양국은 무역, 투자 등 다양한 경제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협력 성과를 만들어 냈다. 우선 한중 양국은 무역을 통해 고부가 혁신형 산업화 발전에 기틀을 마련했다. 한중 수교 당시인 1992년 만해도 한국의 對 중국 수출은 27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1,621억 달러로 약 60배 늘어났다. 양국간 무역 확대는 한국 입장에서는 주력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중국도 산업 고도화 전략을 가속하는데 촉진제 역할을 하는 등 상호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어서 양국간 투자 확대는 한∙중 기업간 경제협력의 기폭제가 되었다. 한국의 對 중국 투자는 1992년 1.4억 달러에서 2018년 47.7억 달러로 지난 26년간 약 34배가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 등 외자도입을 통해 자국 기업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거뒀고, 한국도 중국이 갖는 저임의 생산기지 역할을 적극 활용하여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한∙중 협력 관계는 양국의 경계를 넘어 아세안(ASEAN) 등 범아시아로 확장되고 있다. 2015년 12월 20일 한중 FTA를 체결하며 양국간 상품무역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범아시아 지역으로 경제협력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9년 11월 4일 타결된 RCEP 협정문이 그것이다. 2011년 아세안 지역의 역내 경제통합을 목표로 ‘ASEAN+6’ 체제 검토를 시작한 이후 무려 8년만에 이룬 성과이다. 인도가 제외됐지만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메가 FTA가 출범한 것이다. 이로써 한중 양국은 한∙중 FTA가 갖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은 경제 및 산업 전반에서 이미 협력과 경쟁관계를 오가는 이른바 ‘코피티션(Coopetition)’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중 통상마찰 등 대외 리스크 확대로 중국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은 상호간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RCEP 타결이 갖는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글∣한국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