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해 경제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2020년 12월 16-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다. 중국 정부는 세계화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2030년 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한국과의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두 나라 모두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해마다 12월에 중국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한해 경제업무를 돌아보고 새해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은 이듬해 3월에 열리는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안건으로 올라간다.
2020년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2021년은 중국 정치·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규획’의 첫 번째 해다. 경제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직 감염병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고립주의 노선에 맞서 ‘종합적인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교류 확대야 말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내 소비를 확대해 고용을 늘리고 중산층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이는 세계 시장 진출 확대가 절실한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데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 포기한 ‘자유무역 리더’ 역할을 중국이 이어받을 지 주목된다. RCEP은 중국과 한국, 일본과 아세안, 호주 등 15개 나라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2년 11월 협상 개시가 선언된 뒤 8년 만에 마무리됐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지만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탈퇴했다. 이에 일본 등 나머지 국가들이 TPP을 수정해 CPTPP으로 재탄생시켰지만 미국이 빠져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CPTTP에 중국이 참여한다면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이 CPTTP 가입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위기에 극복하고자 “2030년 이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행동 계획을 만들고 206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저탄소 발전전략을 확정지었다. 두 나라가 ‘온실가스 저감’을 매개로 생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류지영(서울신문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