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면서 중국에서 '호호생위(虎虎生威, 호랑이 기운이 넘치다)', '여호첨익(如虎添翼, 호랑이에 날게 돋친 듯 비상하여 더 큰일을 이룬다)' 등 덕담들은 새해 축복하기엔 딱 맞다. 호랑이는 중국 문화에서 여러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건강과 활력, 좋은 기운 등을 상징한다.
한국 태고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를 보면,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신에게 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는 신화 속에서 역사의 조각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조선반도(한반도)에 자리잡았던 선민들은 주로 곰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호랑이는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화 발전을 거치면서 오늘날 한국의 산 속에는 더 이상 호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단 일상생활 곳곳에서 호랑이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민간설화에서 호랑이는 종종 지혜와 정의의 화신인 산신령으로 표현된다. 또한 악한 기운과 질병을 막아준다 하여 사람들은 호랑이 무늬의 장신구를 착용하거나 문에 '범 호(虎)'자나 호랑이 그림을 등을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20세기 초,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자존감을 짓밟기 위해 조선반도의 모양이 토끼와 같다고 하자, 이에 반박하기 위해 1908년 최남선은 잡지 <소년>의 창간호에 조선반도 지도 위에 호랑이를 입힌 그림을 실었다. 이로써 근대 이래 호랑이는 한국의 민족정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한국호랑이 '호돌이'는 전통의상인 한복 차림에 전통놀이인 상모돌리기를 하는 모습으로 세계에 한국의 자신감과 활력을 보여주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였다. 백호인 '수호랑'은 '수호'와 '호랑이'의 합성어이다. 예부터 한국은 '백호'와 '청룡'을 숭상해왔기 때문에 상서로운 백호의 이미지를 빙설과 결합하여 우의와 평화를 지킨다는 아름다운 바람을 전달하였다.
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중일한 <동아시아의>을 관람했었다. 중국 호랑이의 강한 이미지 또는 일본 호랑이의 음울한 이미지와 달리, 한국 전통 민화 속 호랑이는 눈알을 부라리는 위엄 있는 자태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마 위 '왕(王)'자도 없었으며, 오히려 만화캐릭터 같은 활발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속 호랑이는 세밀한 털 묘사로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신재현의 '까치호랑이' 속 호랑이 무리는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짓고 있다. 비록 그림 속 호랑이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한국 전통 민간미술만의 천부적 힘과 한국에서 말하는 '해학미'를 충분히 보여준다. 평범한 듯 당당하며 생동감 넘치는 그림 속 호랑이의 미소 속에는 건강, 평안, 존엄, 행복 등 삶의 모든 희망이 담겨져 있다.
2022년이 밝자마자 서울 집 근처 대형 쇼핑몰 앞에 거대한 호랑이 캐릭터 모양의 공기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호랑이의 해에 거는 소원을 빌었다.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것처럼 삶에 대한 열망도 그렇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