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를 주행하고 있는 로보택시
주요 기업들의 경쟁 체제 역시 중국 전기차 업계 수준을 한 층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화웨이는 싸이리스와 함께 전기차 원제 M7을 내놓은 데 이어, 치루이(奇瑞)그룹과 함께 지난해 말에는 즈제(智界, 룩시드) 브랜드 등을 출시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알리바바그룹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함께 전기차 즈지(智己) LS6, LS7 등을 내놓았다. 이 같은 주요 기업들의 경쟁체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더 강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계획적이고 일관성있는 산업 정책은 이런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플랫폼을 만들어 줬다. 바이두가 자율주행 연구를 본격화한 것은 2013년이었고, 자율주행 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2015년이었다. 그해 중국 국무원에서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10대 중점영역에 전기차를 포함 자동차의 저탄소화, 정보화, 지능화 등 핵심기술을 장악해 지능 콘트롤 등 핵심기술의 공정화와 산업화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상하이 등 자율주행 시범구역이 선정된 것도 2015년부터였다. 그리고 2017년 4월 <국가 커넥티드산업 표준 체계 건설 가이드라인(國家車聯網產業標準體系建設指南)>이 마련됐다. 이처럼 중국은 육성방안과 스마트 도로 주행 인프라 구축, 산업 표준화 등의 계획을 세운 뒤 쉴 새 없이 업그레이드해 왔다.
중국 전기차와 자율주행산업의 약진은 국가적 리더십과 비전, 정책적 일관성과 추진력, 기업의 도전 정신과 기업 생태계의 오랜 구축 등이 어우러져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미래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 자동차산업의 선두 우위를 더 공고하게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한 것도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의지와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최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20기 3중전회)에서도 차세대 정보기술과 AI, 신재생에너지 등 전략산업 정책을 발전시키고 거버넌스 체계를 완비해 신흥 산업의 건전하고 질서 있는 발전을 강조했다.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확고한 결의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년 연속 양회 개최 기간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과학기술 분야 위원들을 따로 만나 첨단 과학기술입국에 대한 지도부의 비전과 의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지도부의 강한 의지와 장기 비전,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 아래 한걸음씩 첨단화로 나아가는 'AI 차이나', '디지털 차이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이석우, 한국 파이낸셜뉴스 베이징 특파원
사진| 이석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