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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 K문학...중국 독서 시장의 어엿한 한 갈래로

월간 <중국>  |   송고시간:2026-04-23 15: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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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중국> | 2026-04-23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과 중국 제1회 전 국민 독서 주간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독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오프라인 북페어에서부터 소셜미디어를 빽빽이 채운 독서 체험 공유와 독서 인증까지.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오랫동안 번역·출판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 역시 점차 더 넓은 독자층의 관심을 받으며 중국 독자들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월간 <중국>은 '2026 쭤수 북 페어(2026做書圖書市集)'를 찾아 한국 문학 출판 일을 오랫동안 해 온 현직 편집자 두 명을 만났다. 런페이(任菲) 모톄(磨鐵)도서 외국문학출판센터 산하 도서 브랜드 '대어독품(大魚讀品)·한국 문학' 스튜디오 편집장과 자오쉐이(趙雪宜) 베이징즈위안문화(北京至元文化) 산하 출판 브랜드 '예왕(野望)'의 기획 편집자다. 두 사람은 실제 출판 경험과 시장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중국 유입 경로와 독자 반응, 발전 흐름을 정리 및 분석해줬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의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와 이러한 문화 간 문학 교류가 어떻게 중한 인문 교류의 창구로 기능하게 됐는지도 편집자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었다.

2025년 12월, 베이징즈위안문화 산하 출판 브랜드 예왕이 김혜진 작가를 초청해 베이징에서 북토크를 개최했다. 사진은 행사 현장 모습이다. 사진/예왕 제공

주변부에 머물던 한국 문학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다

한국 문학의 중국 진출은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3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 온 과정에 가깝다.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확대되면서 다수의 한국 문학 작품이 중국에서 번역·출판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인민문학출판사 등 기관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한국 문학을 들여왔고, 신경숙·이문열·박완서·김훈 등 작가의 작품이 잇따라 출간됐다. 런 편집장은 특히 2002년 전후로 한국 문학을 들여오는 출판사 수가 크게 늘었고,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가 큰 인기를 끄는 등 일부 대중문학 작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2003년에는 중국의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매출 비중(정가 기준)이 3.86%에 달해 독일과 이탈리아 문학을 앞지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활기가 지속적인 인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3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한국 문학 작품이 꾸준히 소개됐지만, 독자들의 호응과 시장의 관심이 제한적이어서 중국 출판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자오 편집자는 "그때 출판된 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한국 문학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출판 업계가 작동하는 원리에 비춰보면 이러한 전략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판업계는 보통 특정 언어권의 책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그 나라에서 고전으로 인정받거나 이미 명성이 자자한 대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독자 기반을 쌓은 뒤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학은 중국 독서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 문학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않았고, 중국 독자들이 주로 읽는 도서 카테고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변부에 머물렀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시기는 한국 문학이 산발적으로 유입됐을 뿐, 중국 독자들이 '한국 문학' 하면 떠올릴 확고한 이미지는 형성되지 못한 때였다.

런 편집장의 개인적인 경험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2010년 말 출판업계에 입문했을 당시 그도 한국 문학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문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심지어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한국에는 문학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조남주 작가의 작품 <82년생 김지영>을 접한 뒤 그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2019년 <82년생 김지영>이 중국어판으로 출간되면서, 동아시아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내용이 출판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소설은 중국 시장 진출 후에도 빠르게 화제를 모았다. 런 편집장은 "이 책이 하나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한다. 이후 각종 한국 문학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한 그는 한국 문학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블루 오션'이라고 여기며 한국 문학 전문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82년생 김지영>의 반향은 우연이 아닌 시대적 맥락과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자오 편집자는 최근 주목받는 80~90년대생 한국 작가들이 사회 변화, 세대 간 관계, 그리고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압박을 주요하게 다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주제는 중국 독자들의 현실 경험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공감을 끌어내기 더 쉽다."

이후 신경전(新經典), 중신(中信), 상하이역문(上海譯文) 등 여러 출판사가 잇달아 한국 문학 출판에 뛰어들며, 이창동의 <버닝>,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작품이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런 편집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학은 훨씬 다양해졌다"며 "작가층이 확대된 것은 물론, 소재와 서사 방식 역시 한층 다채로워졌다"고 평가했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한국 문학은 한층 더 넓은 공적 담론의 장으로 나아가게 됐다. 자오 편집자는 "과거에는 '고전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현재성'을 더 중시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독자가 고전 작품에서 출발해 한강과 김애란, 김혜진, 최은영 등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면 한국 문학 전체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문학이 중국에서 확산해 온 과정은 갑작스러운 돌풍이라기보다, 서서히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진 현상 과정'에 더 가깝다. 초기부터 산발적이지만 꾸준히 이어져 온 번역 출판 작업이 그 밑바탕인 인화지가 됐다면, 최근 독서 열풍은 비로소 사진의 전체 풍경을 선명하게 완성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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