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모톄도서 외국문학출판센터 산하 '대어독품·한국 문학' 스튜디오가 최은영 작가를 초청해 베이징에서 북토크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북토크행사 현장에서 독자들이 최은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모톄도서 제공
문화 공감의 핵심 코드
전체적인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한국 문학의 독자층은 여전히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된 독자층은 20~40대의 1·2선 도시 거주 여성으로, 도시의 화이트칼라나 대학생, 고학력층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니고 있으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자아의식과 젠더 의식 또한 뚜렷하다. 상당수가 한류 문화에 익숙해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이미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 문학이 이렇게 고정된 팬층을 넘어 확산한 데에는 독자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이른바 '한국 여성 문학 열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런 편집장은 "이러한 열풍은 출판사의 마케팅이 아니라 전부 독자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2023년 <밝은 밤> 출간 이후, 샤오훙수(小紅書) 같은 플랫폼에서는 '한국 여성의 태도에 의구심을 품다가 이해하게 되고, 결국 내면화하게 된다'는 식의 표현이 유행처럼 번졌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도서 목록을 정리하고 독서 감상을 공유하며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문화 코드를 형성하자 출판사가 이를 홍보에 활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중국과 한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오랜 시간 축적돼 온 한국 페미니즘 문학이 자리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공적 사건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 등 현실 문제를 일상 서사 속에 녹여냈고, '일상에 내재한 젠더 폭력'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막 일어나기 시작한 여성 의식 성장과 시차를 두고 맞물리면서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런 편집장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언어를 찾기 시작한 시점에 마침 이런 작품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국 여성 작가들은 세대별로 안정적인 창작 계보를 이어왔다. 김애란, 김혜진 등 중견 작가에서부터 최은영과 90년대생 SF 작가 김초엽 등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현실주의·SF·가족 서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창작의 지평을 넓혀왔다. 지속적으로 공급된 양질의 작품은 한국 문학의 인기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 흐름으로 자리 잡도록 이끌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발전도 한국 문학의 확산 경로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다. 더우반(豆瓣)과 샤오훙수에서 좋은 문장 모음과 독서 경험 공유가 입소문을 타고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전통적인 출판사 중심의 홍보보다 더 영향력 있는 전파 채널로 부상했다. 런 편집장은 요즘은 플랫폼 특성에 맞춰 독자의 감성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짧고 강력한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자오 편집자 역시 소셜미디어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소재 선정과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