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글씨체로 '제비다방'이라 적힌 간판이 예사롭지 않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제비다방 스태프가 나와 간판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스윽 민다. '제비' 글씨가 뒤로 밀리면서 간판은 어느새 '취한 제비'로 바뀌어 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은 단순히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는 상공간이 아니다. '제비다방'은 문화지형연구소를 표방하는 씨티알(CTR)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공간이다. 씨티알은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며, 그들의 활동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전개된다.
그중에서 제비다방이 특별해 보이는 건 씨티알의 멤버이자, 런던에서 10년간 생활하며 건축학교 AA(Architectural Association)스쿨을 졸업하고, 자하 하디드 오피스 등에서 건축 실무를 익힌 오상훈 소장이 꾸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건축가'는 왠지 어렵다. 우리가 사는 집도 건축이지만 왠지 그 이상의 것을 그리며, 고고한 인상을 풍길 것 같아 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오상훈은 분명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보여주고 있다.
"제비다방의 전신은 씨티알에서 2005년 부터 운영해오던 레몬쌀롱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제비다방이 있는 건물은 1988년에 세워졌죠. 지나온 세월을 활용하고 싶었어요. 건물 입구에 있던 낡은 문을 떼어 지하 1층의 무대에서 장식으로 활용하고, 레몬쌀롱에 있던 가구, 장난감, 만화책 등을 그대로 가져와 공간을 채웠어요. 새로 들여온 테이블과 의자도 전부 누군가 사용하던 헌 제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