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범대학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가르치고 있는 장거(姜歌)는 다년간 통역연구와 교육업무에 종사해 왔다. 스페인어 통역업계에서 일한지 8년이 된 만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장거는 일선 동시통역사로써 동시통역의 즐거움과 괴로움에 매우 익숙하다. 그녀는 대학교수로써 동시통역에 대해서도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힘든 도전에 임하며
장거는 여유국 부국장의 수행통역을 통해 동시통역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며 그땐 많이 긴장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녀는 ‘두려움’의 감정에 사로잡혀 실수할까봐, 따라가지 못할까봐, 잘 못 알아 들을까봐, 반응이 너무 느릴까봐 두려웠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실수를 들킬까봐 가장 걱정됐다고 말했다. 준비 작업에만 보름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어도 통역 전날밤 긴장으로 잠을 설친 그녀의 뇌리에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이 펼쳐졌다. 장거는 지금 생각하면 통역할 때 어느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고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거는 그때 처음 ‘작고 까만 방’, 즉 통역부스에 들어갔다. 장거는 통역부스는 동시통역계에서 괜찮은 설비로 통한다. 왜냐하면 통역사와 외부를 격리시켜 주기 때문에 통역사가 관중을 마주대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면에서 동시통역이 순차통역보다 나은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순차통역은 통역사가 관중의 피드백을 받고 즉각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역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녀에게 집중도는 동시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최대의 도전이다. 통역부스에 들어갈 때마다 이 세상에 자신과 스페인어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그녀는 덕분에 모든 정신을 통역에 집중할 수 있고 오히려 마음은 훨씬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스페인어는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데 그건 장거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앞뒤 문장의 논리가 명확하지 않아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통역일이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구어체로 변한 내용이 너무 많고 어떤 연사는 말하다 보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곤 한다. 갑자기 튀어나온 시구나 명언은 앞뒤 문장을 연결하기에는 논리성이 떨어지는 등 돌발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연사와 관객의 질의응답 시간에 연사는 지극히 제멋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고 깊은 배경지식과 상당한 정보량, 게다가 불명확한 논리 때문에 장거는 이럴 때 속수무책이 되기 일쑤다.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에 관해 장거는 본인은 명실상부한 ‘데이터족’으로 50년 이내에 인공지능 번역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